한 나라에 들어갔는데 그 안에 다른 나라가 있고, 그 나라 안으로 더 들어갔더니 다시 처음 나라가 나온다면 어떨까요?
지도에서 장난처럼 보이는 이런 국경이 실제로 존재합니다.
아랍에미리트와 오만 사이에 있는 마다와 나흐와입니다.
UAE 영토 안에 오만의 마다가 있고, 놀랍게도 마다 안에는 다시 UAE에 속한 나흐와가 있습니다.
도대체 국경이 왜 이렇게 복잡해진 것인지 알아보겠습니다.

1. UAE 안에 있는 오만 땅, 마다
먼저 마다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오만은 아라비아반도 동남쪽에 있는 나라입니다. 그런데 오만의 모든 영토가 하나로 붙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마다 역시 오만 땅이지만 주변은 UAE 영토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즉, 오만 본토에서 떨어져 UAE 안에 들어가 있는 오만 영토인 셈입니다.
이처럼 한 나라의 영토가 다른 나라의 영토에 둘러싸여 있는 곳을 월경지라고 합니다. 용어는 어렵지만 작은 섬을 떠올리면 쉽습니다. 바다 대신 다른 나라의 땅에 둘러싸인 '육지의 섬'과 비슷합니다.
그렇다면 마다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지금의 국경이 만들어지기 전 이 지역에서는 오늘날처럼 국가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여러 부족과 마을이 있었고, 어느 지도자와 관계를 맺고 따를 것인지가 중요했습니다.
20세기 중반 국경을 정하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지역 주민들의 관계와 충성 대상이 영향을 주었습니다.
마다 주민들은 주변의 다른 세력 대신 오만의 술탄을 따르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당시 마다는 물이 풍부한 곳으로 알려져 있었고, 지역의 물을 지키는 문제도 이런 선택에 영향을 준 것으로 전해집니다.
반면 주변 지역들은 오늘날 UAE를 이루는 샤르자, 푸자이라, 라스알카이마 등의 지배 세력과 연결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주변 지역은 UAE 영토가 되었지만 마다는 오만에 속하게 되었습니다.
지도에서 보면 마다가 UAE 땅 가운데 홀로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마다 안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국경이 다시 한번 바뀌는 더욱 신기한 장소가 나타납니다.
그곳이 바로 나흐와입니다.
2. 오만 안에 다시 UAE가 나타나는 나흐와
마다 안에는 나흐와라는 작은 마을이 있습니다.
그런데 나흐와는 오만 땅이 아닙니다.
UAE를 구성하는 샤르자 토후국에 속한 지역입니다.
지도를 바깥에서부터 살펴보면 구조가 더 쉽게 이해됩니다.
먼저 UAE가 있습니다.
→ UAE 안으로 들어가면 오만의 마다가 나옵니다.
→ 마다 안으로 더 들어가면 다시 UAE의 나흐와가 나옵니다.
마치 큰 상자 안에 작은 상자가 있고, 그 작은 상자 안에 다시 처음 상자와 같은 색의 상자가 들어 있는 모습입니다.
이런 곳을 지리에서는 반월경지라고 부릅니다.
나흐와가 UAE에 속하게 된 것도 과거 이 지역 사람들의 관계와 관련이 있습니다. 마다 주민들이 오만을 따랐던 것과 달리 나흐와 주민들은 오늘날 UAE 샤르자를 다스리는 세력과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이렇게 서로 가까운 마을들이 다른 세력을 따르면서 훗날 국가의 국경이 정해졌을 때 매우 독특한 모양이 만들어졌습니다.
오늘날 나흐와에는 실제 주민들이 살고 있습니다. 주택뿐 아니라 학교와 진료 시설 등도 만들어졌습니다. 2020년 현지 보도에서는 나흐와에 약 500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실제 이동 방법입니다.
UAE의 다른 지역에서 육로로 나흐와에 가려면 먼저 UAE 영토를 이동하다가 오만의 마다로 들어간 뒤 다시 UAE 영토인 나흐와로 들어가게 됩니다.
즉, 지도를 기준으로 보면 UAE → 오만 → UAE 순서로 나라가 바뀌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흐와는 단순히 지도에서만 존재하는 특이한 국경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실제로 거주하며 생활하는 마을이고, 과거 이 지역 사람들이 어떤 세력과 관계를 맺었는지가 오늘날의 국경에까지 남아 있는 장소입니다.
3. 도대체 국경은 왜 이렇게 복잡해졌을까?
오늘날의 지도만 보면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냥 국경을 직선으로 만들면 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국경은 자를 대고 마음대로 그을 수 있는 선이 아닙니다.
특히 과거 아라비아반도의 이 지역에서는 지금처럼 국가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여러 부족과 마을 공동체가 있었고 각 지역이 서로 다른 지도자와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오늘날 UAE를 이루는 지역도 과거에는 하나의 국가가 아니었습니다.
샤르자, 두바이, 아부다비, 라스알카이마 등 여러 지역을 각각의 통치 가문이 다스렸습니다. 이후 영국 관계자들이 이 지역의 경계를 조사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도 기존 부족과 마을의 관계를 고려해야 했습니다.
1950년대 이 지역의 경계를 조사했던 영국 정치 관계자 줄리언 워커의 작업에서도 이러한 복잡함이 나타났습니다. 당시 조사 결과 UAE 지역은 단순하게 몇 개의 큰 땅으로 나뉘지 않았고, 기존의 지역 관계 때문에 여러 조각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마다는 오만에 속하게 되었고, 마다 안의 나흐와는 샤르자와의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그리고 1971년 여러 토후국이 모여 아랍에미리트가 만들어지면서 나흐와는 UAE에 속한 지역이 되었습니다.
결국 오늘날의 독특한 국경이 완성됐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지도에서는 매우 복잡해 보이지만 현지 주민들의 생활에서는 국경이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 왔다는 것입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마다와 나흐와 주민들은 서로 친구와 가족 관계를 맺으며 생활해 왔습니다. 지도에는 분명 서로 다른 나라라고 표시되어 있지만 오랜 세월 가까운 지역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관계까지 국경선 하나가 완전히 나눈 것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마다와 나흐와의 복잡한 지도는 단순히 누군가 국경을 이상하게 그려서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오래전부터 이어진 마을과 부족의 관계가 현대의 국가와 국경으로 바뀌면서 남겨진 흔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UAE 안에는 오만 영토인 마다가 있고, 그 마다 안에는 다시 UAE 영토인 나흐와가 있습니다.
처음 보면 누군가 지도에 장난을 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이 지역 사람들이 오랫동안 맺어 온 관계와 역사가 숨어 있습니다.
마다 주민들은 오만과 관계를 맺었고, 나흐와 주민들은 오늘날 샤르자를 다스리는 세력과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이후 현대적인 국경이 만들어지면서 이런 관계가 그대로 지도 위에 남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마다와 나흐와의 국경을 보고 있으면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국경은 단순히 지도 위에 그어진 선이 아니라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역사가 남긴 흔적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이상한 모양의 지도에도 대부분은 그렇게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던 과거의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