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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한가운데 국경선이 지나가는 마을, 바를러에서는 어느 나라 사람일까?

by 오디의 오지랖수첩 2026. 8. 17.

아침에는 네덜란드에서 밥을 먹고, 몇 걸음 걸어 벨기에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마을이 있습니다.

 

심지어 어떤 건물은 집 안으로 국경선이 지나갑니다.

 

벨기에와 네덜란드 국경에 있는 바를러라는 지역입니다.

 

도대체 국경이 왜 마을과 건물 사이를 이렇게 복잡하게 지나가게 된 것일까요? 수백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바를러의 이야기를 알아보겠습니다.

 

집 한가운데 국경선이 지나가는 마을, 바를러에서는 어느 나라 사람일까?
집 한가운데 국경선이 지나가는 마을, 바를러에서는 어느 나라 사람일까?

 

1. 길을 걷다가 나라가 바뀌는 마을

 

바를러에 처음 방문하면 특이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도로와 인도에 하얀색 십자가 모양 표시가 이어져 있는데, 이것이 벨기에와 네덜란드의 국경을 보여줍니다.

 

선을 한 번 넘으면 네덜란드에서 벨기에로 들어가고, 조금 더 걷다가 다른 선을 넘으면 다시 네덜란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복잡한 이유는 바를러가 하나의 행정구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지역에는 네덜란드의 바를러나사우​와 벨기에의 바를러헤르토흐가 서로 얽혀 있습니다.

 

특히 벨기에의 바를러헤르토흐에는 네덜란드 영토에 둘러싸인 작은 벨기에 땅들이 있습니다.

 

이처럼 한 나라의 영토가 다른 나라의 영토에 둘러싸인 곳을 월경지라고 합니다. 쉽게 말하면 '다른 나라 안에 들어가 있는 우리나라 땅'입니다.

 

바를러에는 이런 땅이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바를러헤르토흐 공식 자료에 따르면 이 지역에는 벨기에 월경지 22개와 네덜란드 월경지 8개를 합쳐 총 30개의 월경지가 얽혀 있습니다. 일부 네덜란드 땅은 벨기에 월경지 안에 다시 들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지도를 확대해서 보면 마치 퍼즐 조각을 여러 개 흩어놓은 것처럼 보입니다.

 

더 놀라운 점은 국경이 들판이나 도로에서만 끝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토지의 경계를 따라 국경이 정해졌기 때문에 현재의 상점이나 건물 안으로 국경이 지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바를러에서는 길을 걷다가 다른 나라로 넘어가는 일이 특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궁금한 점이 생깁니다.

 

한 건물이 두 나라에 걸쳐 있다면 그 건물은 벨기에 건물일까요, 네덜란드 건물일까요?

 

 

2. 집 안으로 국경이 지나가면 어느 나라 주소를 사용할까?

 

바를러에서는 실제로 국경선이 건물 한가운데를 통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집의 절반이 벨기에에 있고 나머지 절반이 네덜란드에 있다면 어느 나라에 속한다고 봐야 할까요?

 

바를러에서는 이를 구분하기 위해 건물의 현관문 위치가 중요한 기준으로 사용됩니다.

 

일반적으로 건물의 주 출입문이 어느 나라에 있는지를 보고 주소가 결정됩니다.

 

예를 들어 집 대부분이 네덜란드 쪽에 있더라도 주 출입문이 벨기에 쪽에 있다면 벨기에 주소를 가지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바를러의 건물 번호판을 보면 어느 나라에 속하는지 알아볼 수 있도록 국기 표시가 붙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경이 건물 안을 지나간다고 해서 방을 한 칸 이동할 때마다 여권을 보여줘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벨기에와 네덜란드는 모두 유럽의 솅겐 지역에 포함되어 있어 일반적으로 두 나라 사이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국경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두 나라는 세금이나 행정 제도, 지방 규칙 등이 완전히 같지 않습니다. 따라서 건물의 주소가 어느 나라에 속하는지는 실제 생활에서도 중요합니다.

 

이런 차이가 아주 눈에 띄게 나타난 사례도 있었습니다.

 

코로나19가 유행했던 2020년에는 벨기에와 네덜란드의 방역 규칙이 서로 달랐습니다. 바를러에서는 복잡한 국경 때문에 같은 마을

안에서도 어느 나라의 규칙을 적용해야 하는지 신경 써야 하는 독특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평소에는 바닥에 표시된 재미있는 선처럼 보이지만 국가별 규칙이 달라지는 순간에는 그 선이 실제 생활에 영향을 주는 국경이라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난 것입니다.

 

그렇다면 애초에 사람들은 왜 이렇게 복잡하게 국경을 만들었을까요?

 

 

3. 바를러의 국경은 왜 퍼즐처럼 복잡해졌을까?

 

바를러의 국경을 처음 보면 누군가 지도를 잘못 그렸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지도 제작 실수 때문에 생긴 것은 아닙니다.

 

그 시작은 중세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오늘날처럼 국가의 국경이 깔끔하게 정해지기 전에는 땅을 누가 소유하고 어떤 영주가 권리를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했습니다.

 

12세기 말 바를러 주변의 땅에서도 복잡한 토지 관계가 만들어졌습니다. 브레다의 영주와 브라반트 공작 사이에서 여러 토지의 권리가 나뉘면서 한 지역 안에서도 서로 다른 지배 관계를 가진 땅들이 생겼습니다.

 

이런 관계는 오랜 세월 동안 이어졌습니다.

 

시간이 지나 네덜란드와 벨기에라는 현대 국가가 만들어졌지만, 옛날부터 나뉘어 있던 토지의 흔적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1830년 벨기에가 네덜란드에서 독립하면서 두 나라 사이에는 정확한 국경을 정해야 하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1843년 마스트리흐트 조약을 통해 두 나라의 국경 대부분이 정해졌습니다. 하지만 바를러 지역은 토지 관계가 너무 복잡해 일반적인 하나의 국경선으로 나누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과거부터 이어져 온 여러 토지의 소속 관계가 국경에 반영되었습니다.

 

그 결과 벨기에 땅과 네덜란드 땅이 서로 퍼즐처럼 섞여 있는 오늘날의 바를러가 만들어졌습니다.

 

즉, 누군가 재미로 국경선을 복잡하게 그린 것이 아닙니다.

 

수백 년 전에 누가 어떤 땅을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한 기록이 현대의 국가 국경까지 영향을 준 것입니다.

 

오늘날 바를러의 바닥에 그어진 국경선을 따라가다 보면 단순히 두 나라를 오가는 것이 아니라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유럽의 역사를 따라 걷고 있는 셈입니다.

 

 

 

 

 

 

바를러에서는 도로뿐 아니라 상점과 건물 안으로도 벨기에와 네덜란드의 국경이 지나갑니다.

 

이런 복잡한 국경은 단순한 실수로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중세 시대부터 이어진 토지 소유와 지배 관계가 오랫동안 남았고, 벨기에와 네덜란드가 현대적인 국경을 정하는 과정에서도 그 흔적이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오늘날에는 길을 몇 걸음 걷는 것만으로 네덜란드에서 벨기에로 갔다가 다시 네덜란드로 돌아오는 독특한 마을이 만들어졌습니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지도에서 보는 국경선이 단순한 선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바를러에서는 수백 년 전 사람들이 나눠 가진 땅의 흔적이 지금도 도로와 집 안에 실제 국경으로 남아 있습니다.

 

어쩌면 세계에서 역사를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장소는 박물관이 아니라, 바를러의 길바닥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