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는 어느 나라의 땅인지 명확하지 않은 곳도 있을까요?
이집트와 수단 사이에는 비르 타윌이라는 사막 지역이 있습니다. 특이하게도 두 나라 모두 이곳을 자기 영토라고 적극적으로 주장하지 않습니다.
땅이 부족해서 서로 국경을 다투는 경우는 많은데, 비르 타윌에서는 왜 정반대의 일이 벌어진 걸까요?
그 답은 100년도 더 전에 만들어진 두 개의 서로 다른 국경선에 있습니다.

1. 이집트와 수단 사이에 있는 비르 타윌
비르 타윌은 아프리카 북동부의 이집트와 수단 사이에 있습니다.
면적은 약 2,060㎢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울 면적의 약 3배가 넘는 크기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건조한 사막과 산악 지형으로 이루어져 있고 일반적인 도시가 만들어져 있는 곳은 아닙니다.
지도에서 비르 타윌을 찾아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집트와 수단이라는 두 나라 사이에 있는데도 두 나라가 서로 "비르 타윌은 우리 땅이다"라고 적극적으로 주장하지 않는 것입니다.
보통 국경 지역에서는 반대의 상황이 벌어집니다. 두 나라가 같은 땅을 자기 영토라고 주장하면서 갈등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런데 비르 타윌은 왜 반대일까요?
이 문제를 이해하려면 비르 타윌 바로 옆에 있는 또 다른 지역을 알아야 합니다.
이름은 할라이브 삼각지대입니다.
할라이브 삼각지대는 비르 타윌보다 훨씬 넓으며 홍해와 맞닿아 있습니다. 그리고 이 지역은 이집트와 수단이 모두 자기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즉, 두 지역의 상황이 완전히 반대입니다.
비르 타윌은 두 나라가 적극적으로 차지하려 하지 않지만, 할라이브 삼각지대는 두 나라가 모두 자기 땅이라고 주장합니다.
왜 이런 이상한 상황이 생겼을까요?
원인은 과거에 이 지역의 경계를 정할 때 서로 다른 두 개의 선이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1899년에 만들어졌고, 다른 하나는 1902년에 행정상의 편의를 위해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두 경계선의 차이가 100년이 넘은 지금까지 비르 타윌 문제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2. 1899년과 1902년, 두 개의 국경선이 생겼다
비르 타윌의 독특한 상황을 이해하려면 1800년대 말로 돌아가야 합니다.
당시 이 지역은 오늘날처럼 이집트와 수단의 국경이 완전히 정리된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영국은 이집트와 수단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습니다.
1899년, 영국과 이집트가 맺은 협정에서는 이집트와 수단을 나누는 기준으로 북위 22도선을 사용했습니다.
지도에 가로로 곧은 선 하나를 그었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이 기준을 따르면 북위 22도선의 북쪽에 있는 할라이브 삼각지대는 이집트 쪽, 남쪽에 있는 비르 타윌은 수단 쪽이 됩니다.
그런데 몇 년 뒤 문제가 생겼습니다.
지도에 선을 곧게 긋는 것은 간단했지만 실제 그 지역에 살던 사람들의 생활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지역 주민들은 물을 찾고 가축을 키우며 여러 지역을 오갔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실제 생활과 부족들의 활동 지역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결국 1902년, 행정상의 관리를 위해 1899년의 직선과 다른 경계가 사용됐습니다.
이 경계에서는 할라이브 삼각지대가 수단의 관리 아래 놓였고, 비르 타윌은 이집트 쪽에서 관리하도록 정해졌습니다.
결과적으로 서로 다른 두 가지 기준이 생겼습니다.
1899년 기준
- 할라이브 → 이집트
- 비르 타윌 → 수단
1902년 행정 기준
- 할라이브 → 수단
- 비르 타윌 → 이집트
당시에는 행정상의 필요에 따라 만든 차이였지만, 시간이 흐른 뒤 이것이 매우 독특한 국경 문제를 만들었습니다.
두 나라가 서로 자신에게 유리한 국경선을 주장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3. 왜 두 나라 모두 비르 타윌을 원하지 않을까?
이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집트는 1899년에 정해진 북위 22도선을 국경으로 봅니다.
이 기준을 따르면 할라이브 삼각지대는 이집트 영토가 됩니다. 대신 비르 타윌은 수단 쪽에 놓입니다.
반대로 수단은 1902년에 만들어진 행정 경계를 근거로 할라이브 삼각지대를 자신의 영토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비르 타윌은 이집트 쪽에 놓이게 됩니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이집트가 비르 타윌을 자기 영토라고 주장하려면 자신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1899년 국경 기준과 맞지 않게 됩니다.
수단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르 타윌을 자신의 영토라고 주장하면 할라이브 삼각지대를 수단 영토라고 주장하는 근거와 충돌할 수 있습니다.
결국 두 나라 모두 더 크고 홍해와 맞닿아 있는 할라이브 삼각지대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비르 타윌을 자기 영토라고 적극적으로 주장하지 않는 독특한 상황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비르 타윌은 인터넷에서 흔히 '어느 나라도 원하지 않는 땅' 또는 '주인 없는 땅'이라고 소개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비르 타윌을 단순히 "누구든 먼저 가서 차지하면 자기 나라를 만들 수 있는 땅"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과거에는 몇몇 사람들이 비르 타윌을 찾아가 깃발을 세우고 자신만의 국가를 만들었다고 주장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이 깃발을 꽂는다고 국제사회에서 새로운 국가로 인정받는 것은 아닙니다.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땅의 점유보다 훨씬 복잡한 조건과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비르 타윌의 핵심은 '아무나 가져갈 수 있는 공짜 땅'이 아니라, 서로 다른 두 국경 기준 때문에 이집트와 수단 어느 쪽도 공식적으로 자기 영토라고 주장하지 않는 매우 특이한 지역이라는 점입니다.
비르 타윌이 특별한 이유는 땅 자체에 신비한 비밀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모든 일의 시작은 1899년과 1902년에 만들어진 서로 다른 두 개의 경계선이었습니다.
1899년의 기준을 따르면 비르 타윌은 수단 쪽에 놓이고, 1902년의 행정 경계를 따르면 이집트 쪽에 놓입니다.
그리고 바로 옆에는 두 나라가 모두 원하는 할라이브 삼각지대가 있습니다.
결국 이집트와 수단이 각각 할라이브 삼각지대를 자신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과정에서 비르 타윌은 반대로 어느 쪽도 적극적으로 영유권을 주장하지 않는 독특한 지역이 되었습니다.
처음 보면 단순히 '아무도 원하지 않는 사막'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지도에 그어진 두 개의 선을 따라 100년이 넘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타납니다.
때로는 지도 위의 선 하나가 어떤 땅을 모두가 원하는 곳으로 만들기도 하고, 반대로 아무도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지 않는 곳으로 만들기도 합니다.